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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륜행실도』, 효 문화의 비전을 제시하다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  sch-uni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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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09  15: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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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의 발전과 인적 교류의 확대는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충과 효의 가치관을 퇴색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나라에 충성하지 않거나 불효하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상인의 출현은 유교전통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농경사회는 많은 일손이 필요했기에 노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대가족제도의 장점이 돋보였지만, 상인들은 잦은 이동으로 말미암아 대가족제도를 꺼리기도 했다. 그들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상업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타인을 고용하지 않은 채 큰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자주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시대적인 격변기를 맞이하여 정조는 상업을 발전시키며 부강한 나라를 꿈꾸면서도 유교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이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하였다. 사회변화가 생기면 백성들의 가치관도 변하기 마련이다. 사회 변화의 순기능을 확대하며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조는 『오륜행실도』를 편찬하였다. 

   

『오륜행실도』, 조선 1787년(정조 21), 5권 4책, 31.2 x 19.5 cm,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1797년(정조 21) 1월 1일자의 『정조실록』에는 『오륜행실도』를 간행하는 취지와 핵심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심삼규와 이병모 등은 정조의 명에 따라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통합적으로 수정하여 『오륜행실도』를 간행하였다. 

『오륜행실도』에는 현대인들이 참조해볼만한 삶의 지혜들이 담겨 있다. “공자께서는 ‘향음주례鄕飮酒禮를 보고 왕도가 참 쉽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였는데 정치는 조정을 보아야 하고 풍속은 민간을 보아야 한다. 정사가 미치는 것은 얕지만 풍속에서 얻는 바는 깊기 때문에 남의 나라를 잘 살필 줄 아는 자는 반드시 민간을 먼저 보고 난 다음에 조정을 보는 것이다.”

정조는 모친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 진찬연의 당위성을 『오륜행실도』 차원에서도 강조하였다. 당시 조정에서는 사도세자의 불명예스런 죽음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기에, 혜경궁 홍씨를 드높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이 나뉘어 대립하였다. “내 또 생각건대, 하루 예를 행하면 그 영향이 사방에 미칠 수 있는 것은 향음주례가 가능하다고 여긴다. 이 예는 노인을 보살피고 농민을 위로하며, 기쁨을 가져오고 나이를 구별지으며, 귀천을 밝히고 높고 낮음을 분간하게 하는 것이니, 몸을 바르게 하고 나라를 편안케 하는 것은 이것을 따라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오륜행실도』의 당위성을 논하면서 정조는 잘못된 버릇을 없애야만 참된 마음이 나타남을 강조하였고, 하루하루의 삶에서 예를 행해야만 참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한 집안의 가장은 어른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세심하게 파악하여 갈등요인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조선 왕실의 효 문화는 양반가의 기준이 되었고, 양반가의 효 문화는 일반 백성들의 표준이 되었다. 한 집안의 어른은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만 가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아랫사람들로부터 대접받기만 하고 타의 모범이 되지 못하는 윗사람의 비상식적인 언행은 효 문화의 역기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한 현대사회는 효 문화가 크게 퇴색되었고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중시할 뿐만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의 확산 등으로 인해 자식이 부모를 업신여기거나 죽이는 패륜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의 자유와 실익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보살피는 과정에서의 시간적 및 경제적 손실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조를 낳았다.

사회문화적인 환경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효 문화의 역기능은 개선해야 하지만, 효행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접근법은 경계해야 한다. 공공의 가치를 중시했던 공동체 윤리로서 조선사회를 지탱해준 효 문화의 순기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공공의 이익을 폄훼하는 풍조가 확산되면 가정이든 국가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이제 효 문화는 불편하거나 불필요한 전통문화라는 오명을 벗고 현대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사회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의 행복 또한 위협받을 수 있기에,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한민족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해온 효 문화의 순기능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리서치뉴스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sch-uni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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