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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청나라와 일본과의 균형외교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교수  |  sch-uni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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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09  12: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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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외교의 중요성은 다른 시기와 달리 정조대에 특별하게 많은 연행록이 발간되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사절단이 참관한 연희의 종류는 연극류, 잡기류, 수희류, 폭죽등희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잡기류는 오늘날의 서커스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고, 수희류는 개나 원숭이 등의 동물을 활용한 공연이며, 폭죽 등 희류는 화약을 이용하는 폭죽놀이와 등불로 진행되는 등불놀이 등을 말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압록강에서 열하에 이르는 여정에서 체험한 내용들을 기록한 소설 형식의 기행문이다. 그는 청나라 건륭황제의 칠순을 축하하는 연행단에 자제군관 자격으로 1780년(정조 4) 5월 25일에 한양을 출발하여 청나라에 체류하다 동년 10월 27일에 귀국하였다. 조선에서 연경(북경)으로 향하는 여행길에 오른 박지원은 오랑캐 나라라고 여겼던 청나라의 다채로운 풍경과 이국적인 생활상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박지원은 청나라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조선 문화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서구사회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청나라는 한족 사대부와 선비들을 북경성 도성 밖의 선남지역에 거주하도록 조치하였는데, 박지원 일행은 이곳에서 양국 간의 학문과 문화예술적인 교류 외에도 외국에서 방문한 지식인들과도 교제하였다. 그는 북경에 한 달 가량 머물며 청대 학자들과의 문화교류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와 과학기술을 탐구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은 일본과의 외교관계에도 치밀하게 대응하며 외교사절인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1607년(선조 40)부터 1811년(순조 11)까지 12차례나 통신사들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일본의 에도막부는 천황을 대신하여 일본을 통치하던 관백關白의 즉위나 사망 외에도 국가적인 주요한 행사에 통신사의 파견을 조선에 요청하였다. 정조대에도 일본과의 외교에서 대마도 도주의 역할은 막중했고 양국의 언어에 능통한 역관들이 중심적인 업무수행을 담당했으며, 조선에서 파견된 통신사 일행의 행차는 일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조선의 입장에서도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하는 일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첩보 수집의 창구로 활용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일본의 침략 의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외교에도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조선통신사 일행에 화백을 포함시켰다. 일본의 문화와 군사적 동향, 그리고 항구나 주요한 지형지물에 관해 정밀하게 묘사된 스케치나 그림은 일본과의 외교와 군사전략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당시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관계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부족했기에 통역관 이상의 역할을 담당했던 역관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국가 간의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외교관으로서 양국 간의 무역 외에 표류민의 송환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일본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조선의 역관에는 왜학역관뿐만 아니라 한학역관도 포함되었다. 

   

조선통신사행렬도, 일제감정기, 유리원판,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1786년(정조 10) 10월 11일 호조 판서 정일상은 일본과의 외교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정조에게 아뢰었다. “관백이 새로 취임하면 3년 안에 와서 통신사의 교환을 요청하는 것은 구례가 그렇습니다. 예단 인삼 2백 근을 강계부로 하여금 단파丹把와 황파黃把 등으로 사들이게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정조는 정일상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이며 양국간의 외교관계가 돈독해지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같이 일본과의 외교와 무역에서 조선의 인삼은 대청 외교 때와 마찬가지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에서 청나라나 일본에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는 방문국에서 선호하는 물품을 선물하곤 했는데, 당시 조선 인삼은 청이나 일본에서 매우 귀하게 여겼던 조선의 명품으로서 인기가 대단했다. 외교상의 난제를 해결할 때도 상대방이 갖고 싶어 하는 귀한 명품을 선물하면 자국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명품마케팅은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경쟁전략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벤츠나 BMW, 포르쉐나 벤트리와 같은 프리미엄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VIP 마케팅전략에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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