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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정치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  sch-uni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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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21  17: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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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집권기인 18세기는 삼정의 문란과 농촌사회의 동요, 상업의 발전과 신분질서의 혼란 등이 중첩되면서 유교국가의 정통성이 위협받던 시기였다. 기득권 세력은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양인과 하층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몸부림치자 왕권국가의 권위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붕당정치를 이끌던 기득권 세력들은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정조의 정치개혁을 노골적으로 반대하였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불안전한 신분질서, 그리고 사회적 혼란을 해결해야 하는 과정에서의 정치적 대립은 정조의 치세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농업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고, 부농들의 토지 소유가 크게 증가하며 영세농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이농민들은 하층 아전이나 하인의 신분으로 전락하거나 시장의 거간꾼이 되기도 하고 범죄자가 되어 사회불안을 확산시켰다. 아울러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도 이농현상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으로의 인구유입으로 이어졌다.

상업의 발전은 상품화폐경제를 발전시켰고, 실학뿐만 아니라 청나라의 양명학과 서학이 조선사회에 유입되며 유교적 신분질서의 정당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의 상업은 농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였는데,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농업자본가가 상업자본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세한 농민들은 대지주의 영향력이 확산됨에 따라 무전농민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약용 초상화, 전 초의 의순, 조선 19세기 말, 종이에 채색, 85.0 x 50.0cm

출처: 절두산 순교성지 

사회적인 혼돈 속에서 정조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제도적으로 고착된 불평등 요인들을 개선하고, 힘없는 백성들의 억울하고 궁핍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군주가 생각하는 개혁정치가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임금을 보필하는 참모들은 국가나 힘없는 백성들의 이익 못지않게 자신들이 누려왔던 부귀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혁이라면 머뭇거릴 수 있다.

정조는 기득권 세력의 극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양반사대부 중심의 사회를 백성 중심의 사회’로 발전시키려는 근대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국제정세에 밝았고 서얼들의 정치참여에도 적극적이었으며, 특정 지역의 인재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밖에도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초래한 핵심적인 원인으로 정치적 혼란과 무능력을 지적하며 18세기 후반기를 ‘위기의 시대’로 진단했고, 사회적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국토는 황폐화되었고, 붕당정치의 대립으로 국론은 분열되었으며, 기득권 세력인 양반 사대부들의 부정부패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실학 연구에 몰두해 있던 정약용은 왕권을 강화하고 신권을 적절하게 통제해야만 정치적 안정과 백성들의 윤택한 삶을 도모할 있음을 역설하며 정조의 개혁정치에 동참했다. 힘없는 백성들의 고통 속에서 기득권 세력의 부귀영화를 뒷받침해온 관행들을 개선해야만, 민생이 안정되고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접근법은 다방면에서 큰 저항에 직면했다. 전란 이후 가속화된 부정부패와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개선하는 일은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당면과제였다.

정조대에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다방면에서 심화되고 있었다. 18세기의 서울은 경제적으로 융성해지며 정치뿐만 아니라 상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했고, 교육여건도 지방과의 격차가 심화되며 지방소외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아울러 지방에서 발탁한 인재를 청요직(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에 임명하는 등의 지방우대정책을 실시하여 서울쏠림현상을 치유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흥미롭게도 18세기의 서울은 정치와 상업, 그리고 교육적인 영역에서 지방을 선도했지만, 인구의 서울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는 오늘날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모여 살게 됨으로써 대부분의 영역에서 지방소외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평당 1억원을 웃도는 아파트가 존재하지만, 지방에는 평당 1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서울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지방 소외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전 국민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모여 살며 경제와 교육 시장마저 잠심해버린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이 누려왔던 부귀영화를 자발적으로 내려놓기는 어렵기에,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혜롭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리서치뉴스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sch-uni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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