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5년(영조 11) 1월 21일 영빈 이씨가 원자(사도세자)를 집복헌에서 낳았다. 그때 나라에서 오랫동안 왕세자가 없으니 사람들이 모두 근심하고 두려워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온 나라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번갈아 하례하는 말을 올리니 영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삼종(효종·현종·숙종)의 혈맥이 장차 끊어지려 하다가 비로소 이어지게 되었으니, 지금 다행히 돌아가서 열성조에 배알할 면목이 서게 되었다. 즐겁고 기뻐하는 마음이 지극하니, 그 감회 또한 깊다.”

효장세자와 효순왕후의 능인 파주 영릉,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영조와 정빈 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 효장세자는 1728년(영조 4)에 갑자기 사망했는데 둘째 아들인 사도세자가 태어나자, 영조는 예비군주 교육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1735년(영조 11) 7월에 사도세자를 위한 보양청이 설치되었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사들을 보양관으로 임명하였다. 이듬해 1월 4일 “세자의 이름을 의논하게 하였는데, 심방心傍의 글자를 따르도록 명하였다. 이에 대신과 경재(2품 이상의 관료)가 빈청에 모여 삼망(세 개의 시호)을 논의하여 올리니, 임금이 첫 번째 의의한 ‘선愃’자에 낙점하여 결정하였다.”

1736년(영조 12) 3월 15일 영조는 세자 책봉례를 거행하여 사도세자의 공고한 지위를 부여하였고, 세자시강원은 사도세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담당하였다. 1742년(영조 18) 3월 26일 왕세자는 성균관에서 입학례를 거행하였다. 이듬해 3월 17일에는 세자빈 간택령이 내려졌고, 동년 11월에 삼간택에서 홍봉한의 딸(혜경궁 홍씨)이 선택되어 1744년(영조 20) 1월 11일에 가례를 올렸다. 왕세자는 사배를 행한 다음 서계로 내려와 어의궁으로 나아가 빈을 맞이하였고 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와 혼례식을 행하였다.

사도세자에 대한 영조의 사랑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낼 만큼 각별했다. 임금은 신하들과 함께 하는 경연에서 어린 세자를 참석시키는 것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왕세자 교육에도 전심전력하였다. 영조는 군주가 스승의 역할을 하는 군사를 자임했으며 사도세자도 군사가 되길 원했다.

탕평을 중시했던 영조는 세자를 가르쳐야 하는 시강원의 선생들을 선발함에 있어서도 노론과 소론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선발하였다. 한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왕세자는 일반 사대부를 뛰어넘는 실력과 품격을 겸비해야만 했다. 사도세자는 모범적인 삶을 위한 윤리교육과 국가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다차원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함으로써 군주로서의 자질을 연마했다.

안타깝게도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영조와 왕세자의 갈등은 증폭되었다. 1749년(영조 25) 1월 27일 부왕은 왕세자의 대리청정을 종묘에 고하고 팔도에 전교를 반포하였다. 이로써 사도세자는 15살부터 대리청정을 시작하였다. “왕은 말하노라. 옛날 선왕께서 세자를 세워 종묘사직의 소중함을 받들고 군병을 어루만지며 나라를 보살피게 하였음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 연원이 길다.” 

1752년(영조 28년)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내린 대리청정 교지, 출처:위키백과

사도세자가 20살 때까지만 해도 학문 탐구에 있어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고, 영조와 왕세자 사이에는 심각한 갈등이 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1760년(영조 36) 7월 10일자의 『영조실록』에서 임금은 사도세자의 건강문제와 비상식적인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임금이 흥정당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는 자리에서 영의정 김상로가 왕세자의 건강을 물으니 영조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사도세자는 다리에 나는 부스럼 따위의 피부병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온천욕을 위한 영조의 행차에 왕세자가 동행하지 못한 것으로 짐작해 보면 세자의 병세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거나, 부왕과 왕세자 간의 극심한 불화로 인해 수습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이르렀을 수 있다. 온천욕은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1762년(영조 38) 5월 22일 나경언이 사도세자의 비행을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경언은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도세자를 모함하던 노론 인사들에게 매수되었다. 조사 결과 나경언의 고변서는 여러 부분에서 왜곡되었고, 사도세자를 음해하는 세력들이 주도한 정치공작임이 드러났다. 나경언이 사도세자의 허물 10여 조를 낱낱이 들었는데 말이 매우 정도에서 벗어났다. 세자가 크게 놀라 보련(수레)을 타고 대궐로 나오니 이때가 바야흐로 2경이었는데, 홍화문에 나아가 엎드려 대죄하였다. 이후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