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집권기만 해도 중앙의 오군영은 임금의 통제보다는 무인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며 영향력 있는 대신들과 결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조는 1778년(정조 2) 6월에 발표한 ‘경장대고’를 통해 불필요한 군영을 통폐합하고 임금이 주도적으로 군대를 통솔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군 통수권을 회복하고 비효율적인 군비를 개혁하며, 조선군을 오위체제로 복귀시켜 군영대장 대신 병조판서가 통솔하도록 조치하였다.

하지만 노론 대신들의 영향권 하에 운영되던 조선의 군대를 개혁하는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였다. 대신들의 사병처럼 운영될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진 군영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기에, 정조의 국방개혁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개혁을 추진하려면 반대세력의 불만을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노론 세력은 각 군영을 개혁하려는 정조의 정책을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적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급하게 국방개혁을 추진하기에는 군주의 권력기반이 취약했다.

정조는 장고 끝에 효종대부터 대두되었던 북벌론의 당위성을 검토하였다. 청나라를 폄훼하며 주자학을 계승했다고 자부하던 조선 지식인들의 심리를 역이용했다. 그들은 오랑캐 나라인 청나라를 공격하여 병자호란의 불명예를 씻어야 한다는 북벌론을 반대할 명분이 약했다. 오랑캐라고 무시하던 청나라와 벌인 병자호란에서 패배한 조선은 청나라의 요구에 따라 형제관계가 아닌 군신관계라는 치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봉림대군(효종)은 병자호란이 끝나고 소현세자와 함께 8년 동안이나 청나라 심양에 인질로 머물러 있었다. 효종이 1649년 5월 8일에 즉위한 후 북벌론이 부상했는데, 송시열과 송준길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북벌론은 이념적인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조선인들의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이후 북벌론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었다. 숙종은 1704년(숙종 30)에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무찌르기 위해 조선에 군대를 파견해준 명나라 황제의 은혜를 추모하기 위한 대보단 건립을 허락하였다. 병자호란 이후 북벌에 대한 논의는 『효종실록』과 『현종실록』에도 기록되었지만, 『숙종실록』에는 매우 상세하게 기술되었을 만큼 숙종의 북벌 의지는 매우 강했는데, 주로 북벌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신하들의 주장이 담겨 있다.

정조 즉위 후에도 북벌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었지만, 17세기와는 다른 관점, 즉 북벌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효종대에 대두된 북벌론의 명분을 폄훼하지 않으면서도, 대륙을 100년 넘게 지배하고 있는 청나라와 적대적인 관계를 도모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조는 북벌을 주장하는 자들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묵살하지 않은 채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를 육성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정조의 국방 개혁은 왕권 강화뿐만 아니라 조선의 일류국가 프로젝트 차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무인과 서얼들이 홀대받는 풍토 하에서 정조는 국가의 주요한 요직을 문인들이 독차지하는 관행을 개혁하는 데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정조 즉위 초반기에 조선의 군대를 운영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은 국가 재정의 50퍼센트를 상회하였다. 국방 예산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국방비를 절감해야만 민생안정 등의 개혁을 위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군영이 운영되던 상황 하에서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설치하며 군비를 전체적으로 줄이려면 오군영의 대대적인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업이었다.  

출처 : 정조실록 1권, 정조 11년 7월 27일 임진 2번째 기사, 국사편찬위원회. 춘장대에 나가 장용영 시사를 행했다는 기사로 정조는 장용영 무사 양성을 위하여 수시로 활·총포 등의 시험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