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계속되면 군주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는지 살펴보고, 식사량과 음식 수를 줄이는 감선과 잠자는 곳을 옮기는 피선을 실행하며 민심의 동향을 살폈다. 정조는 1776년(즉위년) 9월 17일에 때 아닌 천둥이 치니 3일간 감선을 명하였고, 이듬해 5월 3일에도 가뭄이 계속되자 자신을 성찰하고 감선하는 내용의 윤음을 내렸다. “하늘의 마음을 감동시켜 돌리고 재앙을 전환시켜 상서로 만드는 방도를 생각하여 보건대 또한 나의 좌우에서 바로잡아 돕는 말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증세에 따라 약을 투여하고 일에 따라 나를 경계시킬 수 있겠는가? 주원(궁중음식 담당 관청)으로 하여금 오늘부터 3일 동안 감선하게 하라.”

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을 줄이기 위해 성곽이나 궁궐 등의 공사를 중단하고 쌀로 술을 빚는 것도 제한하였으며, 전국 각지의 명산 등지에서 기우제를 지냄으로써 억울한 사람들의 원혼을 풀어주도록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가뭄에 잘 견디는 내한품종을 보급하였고, 농서를 발간하여 선진적인 농업기술의 보급에 나섰으며, 농업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수렴에도 만전을 기했다.

정조는 1798년(정조 22) 11월 30일에도 농업기술에 대한 전국 각지의 의견 수렴과 관련 전문가들의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여 지역별 맞춤형 농서의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 이밖에도 강이나 계곡을 가로질러 물을 가두기 위한 제방을 축조하고 전답에 물을 퍼 올리는 수차를 보급하였으며, 강우량을 측정함으로써 가뭄을 예측하며 대응책을 모색하였다. 당시 조선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가치관이 보편적이었기에 제방을 쌓는 농업기술의 보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조는 제방을 조성해 농업생산성을 높이려 했는데 근대화의 길로 나아가려는 조선 후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수차에 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1406년(태종 6) 12월 20일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후 세종, 문종, 성종, 연산군, 명종,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순조, 고종대의 기록이 남아 있다.

정조 집권기에는 서양의 과학기술과 함께 실학 연구가 활발해졌고, 농업 분야에서도 농업용수의 확보를 위한 제방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수차의 확대 보급이 이루어졌다. 조선시대에 이용되던 수차는 20세기까지 이어져 1970년대만 하더라도 모내기철에는 논의 곳곳에 설치된 우물이나 둠벙에서 수차나 두레박 등을 활용해 메마른 논으로 물을 퍼 올렸다. 또한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중으로 강우량을 측정하여 농사일에 대비해야 하고, 계절별·월별 강우량의 분포를 분석해야만 가뭄과 수해 등을 예측하여 대비할 수 있다.

당시에는 가뭄도 문제지만 홍수로 인한 피해도 백성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복병이었다. 기후 변화가 생기면 전염병이 발생하여 백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곤 했다. 특히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면 다양한 형태의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급격히 증가하며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역병은 전염을 통해 발병하며 집단적으로 발병한다는 뜻에서 돌림병으로 불리기도 했고,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모진 병’이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천연두, 홍역, 콜레라 등이 발병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역병이 창궐하면 동요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마녀라든가 악마라는 낙인을 찍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만행이 정당화되기도 했다. 성차별이 심했던 조선 후기에는 외간남자와 바람을 피운 여성들은 신의 저주를 불러일으켜 역병을 불러온 주범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정조는 의술 보급에 앞장섬으로써 애민정신을 실천하였고, 삶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중시했다. 정조는 역병의 예방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서울의 백성들 중에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파악하여 예방조치를 하였고, 지방 백성들의 전염병 예방에도 만전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