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병세는 1800년(정조 24) 6월에 급격히 악화되었다. 『정조실록』에 의하면 6월 중순경부터 임금의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내의원의 관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동년 6월 14일 정조는 내의원 제조 서용보를 편전으로 불러 진찰을 받았다. 이미 정조는 이달 초열흘 전부터 종기가 나 붙이는 약을 계속 올렸으나 여러 날이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 내의원 제조 서용보가 임금의 안부를 붇자 정조가 말하였다. “밤이 되면 잠을 전혀 깊이 자지 못하는데 일전에 약을 붙인 자리가 지금 이미 고름이 터졌다.” 의관 백성일과 정윤교 등을 불러들여 약을 붙였던 자리를 진찰하도록 명하였다. “어제에 비해 좀 어떤가?” “독기는 어제보다 한층 더 줄어들었습니다.” “무슨 약을 붙여야겠는가?”

정윤고가 아뢰었다. “근은 없지만 고름이 아직 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지고荔枝膏가 고름을 빨아내는 데는 가장 좋습니다.” 임금이 정윤교의 의견을 듣고 근심어린 눈빛으로 말하였다. “등쪽에도 종기 비슷한 것이 났는데 지금 거의 수십 일이 되었다. 그리고 옷이 닿는 곳이므로 삼독麻毒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 … 두통이 많이 있을 때는 등쪽에서도 열기가 많이 올라오니 이는 다 가슴의 화기 때문이다.”

정조는 6월 14일부터 승하하는 6월 28일까지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는데, 이미 온몸에 종기가 퍼져 쉽지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월 15일에는 임금에게 백호탕 두 첩을 올렸다. 16일에는 사순청량음 두 첩과 금련차를 올린 뒤에 우황고 다섯 알을 만들어 올렸다. 17일에는 가감소요산 세 첩을 지어 들여오고 금련차 한 첩을 다려 들여오라고 명하였다. 18일에는 진찰을 받으라는 약원의 청을 물리쳤으며, 19일에는 임금 곁에 머물러 보살피는 직숙을 간청하는 약원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에는 가감소요산을 중지하고 유분탁리산 1첩과 삼인전라고 및 메밀밥을 지어 들여오라고 명하였다. 21일에는 “높이 부어올라 당기고 아파 여전히 고통스럽고, 징후로 말하면 오한과 열이 일정치 않은 것 말고도 정신이 흐려져 꿈을 꾸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분간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피력하였다. 6월 22일부터는 정조의 병세가 더욱 악화됨으로써 집중적인 치료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일에 임금은 쌀미움을 조금 마실 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피재길에게 지방 의관 김한주·백동규와 함께 들어와 진찰하도록 명하였지만, 고름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정조는 어의의 처방에 대해서도 훈수를 둘 만큼 의학 분야에서도 남다른 식견을 지녔다. 23일에는 임금의 병세에 차도가 없자 의술에 밝은 자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일에도 정조의 몸에서 나는 종기 고름은 잦아들지 않았고,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당일에도 집중적인 처방이 이루어졌는데, 정조와 어의들 간에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임금은 독살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종기 고름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처방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했고, 찹쌀밥과 우렁이 고약을 조제해 들여올 것을 명하였다.

24일에도 정조의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소문난 의원들을 섭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당일에는 심인이 조제한 연훈방과 성전고를 들여보낼 것을 명하였다. 그 처방은 경면주사Cinnabar를 사용하였고 성전고는 파두巴豆 등의 약을 사용하였다. “신하들이 섣불리 시험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으나 이때에 와서는 모든 약이 효과가 없어 임금이 연훈법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하므로 마침내 가져다가 써보기에 이른 것이다.”

출처 : 정조실록 54권, 정조 24년 6월 24일, 연훈방 사용을 경고하였으나 모든 약이 효과가 없어 처방하였다.

오늘날에도 연훈방 처방은 정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한 다양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6월 중순경부터 시작된 치료가 효험을 보지 못한 것에서도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던 정적들이 서서히 정조를 죽게 만드는 공작을 했을 수도 있다. 정조는 25일에 약원 제신을 불러 접견하고 밤사이에 병에 차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연훈방 등의 조치가 효험이 있었다고 평했으나, 오후에는 식욕이 완전히 변해버려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용뇌안신환 한 알과 댓잎을 달인 물에 우황청심원 한 알을 넣어 들여올 것을 명하였다. 약원 제신들은 26일에 원기를 보충할 탕약을 권했으나 정조는 유보시켰다. 이후 임금은 경옥고 처방을 받아들였고, 성전고와 연훈방을 조제해 들여올 것을 명하였다. 이후 임금의 병세는 차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27일에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조의 병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호전되지 못하고 점점 악화되었다. 당일 임금은 가미팔물탕을 마신 뒤 치료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온몸에 종기가 퍼져 어깨쪽의 고름을 짜내면 허리의 종기에서 피고름이 흘러내려 치료하면 또 다른 곳에 종기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었다. 지금도 정조의 사인에 대한 논란은 뜨거운데, 그의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몸에 종기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종기가 생길 수 있고, 위생상태가 불결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길 수도 있다. 유전인자의 문제로 종기가 생길 수도 있고 독극물에 의해서도 종기는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