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즉위 후에 규장각을 창덕궁 후원의 북쪽에 세우고 제학·직제학·직각·대교 등의 관원을 두었다. 본래 창덕궁 후원은 임금과 왕실 가족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되었지만, 정조는 초계문신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왕실 정원 내에 규장각을 설치하였다. 정조대의 초계문신에게는 규장각에서 공부하며 엘리트 관료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규장각의 건물 설계와 운영방식은 송나라 제도를 참조하였고, 임금이 탄 수레가 대궐 밖으로 나갈 때는 규장각의 관원들에게는 승지와 마찬가지로 내구마(임금의 말)를 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규장각도, 정조대에 만들어진 왕실 도서관의 그림, 김홍도 1776(정조 즉위년), 비단에 채색 143.2x115.5cm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초계문신제도는 37세 미만의 당하관의 문신 중에서 선발하여 ‘문신강제절목’에 따라 교육시킨 후 40세가 되면 국정에 참여시켰다. 초계문신은 의정부 주관 10회와 정조 특교 7회 등 총 17회에 143명이 선발되었다. 임금의 눈에 들지 않으면 선택되기 어려웠을 정도로 정조는 초계문신 선발과정에 깊숙이 관여하였는데, 문학적 재능이 부족한 후보자들도 초계문신에 선발되기 어려웠다. 그는 초계문신 응시자들의 시험 답안지 채점에 관여하였고, 성적 우수자들을 소견하면서 그들의 문예능력을 꼼꼼히 살폈다.

운영지침인 초계문신 강제절목은 1781년(정조 5) 2월 18일에 정비되었다. 강제(강서와 제술) 인원은 반드시 문신으로서 승문원에 분관된 사람들 가운데 참상(육품~종삼품)이나 참외(칠품 이하)를 막론하고 정부에서 상의하여 37세 이하로 한하여 초계한다. 시강은 매달 음력 초열흘 전·음력 보름 이후로 2차에 걸쳐 행하며 시험관이 무고한 날로써 미리 명령을 내렸다가 기일이 되면 강경과에 응시할 인원을 거느리고 궁중 회의실로 나아가 경서 외우는 시험을 치른다. 그런데 전적으로 글의 뜻을 위주로 하여 건국 초기의 성균관에서 강의하고 설명하던 예와 같게 하되, 요점을 반복하여 질문하게 하여 뜻을 꿰뚫어 환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조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초계문신들을 조선의 사회 개혁을 이끄는 핵심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조대에도 과거시험에 따른 폐단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잦은 과거시험으로 인해 교육열이 과열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과거시험의 부정행위로 인한 폐단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해 우수한 인재가 탈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밖에도 전국 각지의 인재를 골고루 선발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으며, 과거 급제자가 적체되어 관직을 얻지 못하는 대기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당시에도 과거시험의 경쟁은 오늘날의 대학 입시 못지않게 치열했다. 1776년(즉위년) 5월 28일 정조는 과거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개선안 도출을 지시하였다. “바야흐로 지금 조정의 큰 폐단은 과거보다 심한 것이 없다. 요행으로 차지하게 되는 사람이 많아져서 한 해가 한 해보다도 심해지고 하루가 하루보다도 심해지고 있으니, 장차는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고 국가가 국가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이는 어찌 크게 변혁해야 할 바가 아니겠는가?”

정조대에 문과시험은 총 38회 실시되어 777명의 급제자를 배출하였다. 식년시가 8회에 363명, 정시가 11회에 199명, 증광시가 3회에 120명의 급제자를 탄생시켰다. 이밖에도 일성시 34명, 별시 27명, 수원 별시 10명, 함경도 도과 7명 등의 급제자가 나왔다. 이는 조선 후기의 평균적인 기록으로서 매년 1.58회 실시하여 약 32명을 선발하였다. 당시의 과거시험은 개혁의 대상이었지만,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급제자 수를 초과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모순 또한 부정부패의 원인이 되었다. 개혁 군주를 자처했던 정조도 이러한 교육 비리를 효과적으로 근절하지는 못했다.

과거제의 병폐 속에서도 정조의 규장각 설치와 초계문신제도는 왕권을 위협했던 노론세력을 적절히 견제하며 조선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초계문신의 선발과정에서도 어느 정도는 모순이 존재했지만, 선발된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은 효율적이었다. 초계문신제의 교육목적은 학문적인 실력과 현실세계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다.

예나 지금이나 일규국가로 도약하려면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인재의 인격적인 자질보다는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당시에는 학문적인 역량이 뛰어나도 인품과 도덕적인 자질이 결여되면 선발되기 어려웠다. 전문적인 지식과 도덕적인 품성이 균형잡힌 인재는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율적으로 개인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 그리고 국가나 인류의 발전을 고려하는 의사결정을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