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홍국영, 서명선, 정민시, 김종수, 이진형은 정조의 즉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동덕회라는 모임을 결성하여 정조와의 결속을 강화하였다. 이들은 정조의 즉위 과정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지만 각자의 삶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큰 대조를 보였다. 홍국영은 1774년(영조 50)에 세자시강원의 설서說書로 발탁되면서 세손(정조)과 가까워졌고, 대리청정 기간 동안 세손을 보호하는 데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며 정조의 핵심 측근이 되었다. 그는 정조 즉위 후 임금의 신임을 받으며 본격적인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된다.

정조는 홍국영을 문무 요직에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누이를 원빈으로 맞아들여 그를 외척 반열에 오르게 했다. 홍국영은 야망이 큰 인물이었는데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하면서 주군의 심기를 건드렸고, 불행하게도 원빈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외척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렸다. 이후 홍국영은 권력을 탐하다 정계에서 축출되었다. 반면 정조의 고굉지신이었던 김종수는 국정이 안정되자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정조의 뜻을 헤아리며 홍국영과 달리 임금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삶을 실천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홍국영처럼 군주의 핵심참모로 승승장구하다 몰락한 인물도 있고 김종수처럼 끝까지 주군에게 의리를 지킨 인물도 있다. 긴급하게 핵심 참모들을 영입해야 하는 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물만을 고수하다 보면 인재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유능한 지도자가 되려면 홍국영처럼 흠결이 있는 사람이라도 능력이 출중하다면 발탁하여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능력은 뛰어나지만 흠결이 많은 인재를 핵심참모로 중용하면 조직체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본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로서 아무리 똑똑하고 충성심이 뛰어난 자라도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주군에게 충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도자는 우수인재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하고, 그들에게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만 지속적인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당시 정조는 정치적인 노선이 달랐던 신하들에게 둘러쌓여 있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핵심 참모들의 보좌에 힘입어 즉위 후 정적 제거와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는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다.

1776년 6월 22일에는 채제공을 병조판서로 삼았고, 7월 6일에는 홍국영을 승정원 도승지로 삼았다. 8월 4일에는 영남의 문신 전 대사간 이헌묵 등이 상소하여 홍인한·정후겸·홍지해·홍찬해 등 여러 역적을 토죄하고 끝으로 홍낙임과 안겸제의 죄를 논하였지만, 정조는 이들의 처벌에 신중했다. 1791년(정조 15) 9월 13일에 정조는 손수 지은 동덕회서同德會序로 자리에 나온 여러 신하들에게 각자 글을 지어 올리도록 명하였다. 임금은 동덕회를 매우 중시했고 함께 모여 정을 나누었다. “임금이 매년 12월 3일에는 반드시 서명선과 홍국영·정민시·김종수 등 여러 사람을 불러 음식을 내리고 따뜻한 말로 은근하고 친밀하게 대하면서 ‘동덕회’라 불렀으니, 그것은 그의 상소가 들어온 날이기 때문이다. 명선은 일처리에 재간이 있는데다 기지가 남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능히 정후겸을 물리쳐버리고 마침내 을미년(1775)과 병신년(1776)에 내세운 의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정조는 개혁을 단행하면서도 대립관계에 있던 신하들을 엄벌하는 데는 신중을 기했다. 광해군과 달리 정조는 개혁과정에서의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했기에 신하들의 불만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 즉위년(1776)과 이듬해에는 임금을 시해하려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적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감지한 정조는 핵심 측근들을 중용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일류기업들도 핵심 측근의 중용 못지않게 인재경영의 효율성 관점에서 우수인재의 평가·선발·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빅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수인재들의 이직률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자료는 최적의 우수인재를 영입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