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핵심 참모의 관계는 CEO를 모시는 비서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비서는 숙련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상사의 지시가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책임을 다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문제에 접근하는 판단능력이 뛰어나야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경영자와 조직 구성원들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조직체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난세에는 모든 업무 처리를 상관의 지시에 의존할 수 없으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며 성과를 창출해내는 셀프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1777년(정조 1) 5월 27일 임금은 홍국영을 총융사로, 서명선을 수어사로 삼았다가 또 홍국영을 금위대장으로, 이주국을 총융사로 삼았다. 5월 28일에는 금위영대장 홍국영에게 궐내에서 숙직하며 지키는 군병들을 점검하고 단속하라고 명하며 하교하였다. 그러나 동년 7월 28일 정적들은 정조가 거처하는 궁궐에 자객을 보냈다. 임금은 이날 밤에도 존현각에서 책을 펼쳐놓았는데, 곁에 내시 한 사람이 있다가 명을 받고 호위하는 군사들이 밤을 세우며 지키는 것을 보러 가서 혼자 있었다. 임금을 호위할 자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보장문 동북쪽에서 회랑 위를 따라 은은하게 울려왔고, 어좌의 중류(가운데 있는 방) 쯤에 와서는 기와 조각을 던지고 모래를 던지어 쟁그랑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한참 동안 고요히 들어보며 도둑이 들어 시험해 보고 있는가를 살피고서 정조는 환관과 액례掖隷들을 불러 횃불을 들고 중류 위를 수색하도록 했었는데, 기와 쪽과 자갈, 모래와 흙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마치 사람이 차다가 밟다가 한 것처럼 되어 있었으니 도둑질하려 한 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때에 금위대장 홍국영이 사세가 다급하므로, 신전信箭을 쏘도록 하여 연화문에서 숙위하는 군사를 거느리고서, 삼영(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천경군踐更軍으로는 담장 안팎을 수비하게 하고 무예별감을 합문(편전의 앞문)의 파수로 세우고 궁중을 두루 수색하였으나, 시간이 밤이라 어둡고 풀이 무성하여 사방으로 수색해 보았지만 마침내 있지 않았다.
동년 8월 11일에도 정적들의 시해 음모가 감지되어 궁성 호위를 강화하였다. “여러 적들이 비밀하게 배치해 놓은 것과 참혹하고 악독하게 계획해 놓은 것이 차마 말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무릇 경계를 엄하게 하는 방도를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친국할 때에 궁성을 호위함은 본래부터 응당 시행해 온 사례이니, 이처럼 위태하고 경황 없는 때에 당해서는 전례대로 거행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후 사건 전모를 파헤치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홍술해의 종의 아내 정이를 국문하자 죄를 자백하였다. 또한 대사헌 정창순 등이 본 사건과 관련하여 정조에게 아뢰었다. “홍술해의 아내가 요망한 무당과 결탁하여 자객을 사 모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자리를 그림으로 그려 석천射天 하는 흉악한 짓을 저지르기까지 하였고, 차마 들을 수 없는 말로 저주하는 짓을 하여 무고의 변을 자행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궁궐을 침입한 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국문이 이루어졌지만, 1777년(정조 1) 7월에 존현각에서 적변이 생긴 이후 범죄의 전모를 밝히는 여정은 녹녹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죄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궁궐을 침입한 범죄에 연루된 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지속되었다. 사안이 중대한 인물에 대해서는 임금이 직접 국문하였다. 당시 서명선, 홍국영, 채제공 등의 핵심 참모들이 없었다면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신하들에게 농락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거나 살해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지도자가 되려면 전문가로서의 능력 못지않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해가 되는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멋진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며 세상을 선도하는 위대한 업적을 쌓기도 하고, 악인들과 함께 일하며 패망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정조의 리더십 스타일은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변혁적 리더십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변화를 주도하며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변혁적 리더는 참모진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변혁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정서, 가치관, 윤리, 행동규범, 장기적 목표를 변화시키는 과정으로서 탁월한 업적을 달성하도록 이끄는 특별한 형태의 영향력을 의미하는데 개별적 배려, 카리스마, 지적 자극 등을 중시한다. 아울러 CEO는 참모진 개개인의 욕구를 세심히 살펴야 하고, 능력 차이를 인정하며 업무수행 성과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인격적인 관점에서는 상사와 참모진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통해 지속적인 성과와 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