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권력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얼의 관직 진출을 제한하였다. 본래 사대부의 양인 첩의 소생은 서자, 사대부의 천민 첩의 소생은 얼자로 불렸다. 서얼은 서자와 얼자를 통칭하는 용어로서 조선 건국 초기만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특별한 차별을 받지 않았으나, 서자 출신인 정도전과 태종 이방원의 대립 이후 서얼에 대한 차별은 제도화되었다.

1415년(태종 15) 6월 25일 육조는 각사가 진언한 내용 33조항을 정리하여 올렸는데, 이 중에는 “종친과 각품의 서얼 자손은 현관직사顯官職事에 임명하지 말아서, 적첩(본처와 첩)을 분별하소서.”라는 내용을 우부대언 서성 등 6인이 진언하였는데, 받아들여졌다. 이는 조선시대 서얼의 관직 진출을 제한한 법 중에서 조선 후기에 기록된 대부분의 사료에서 서얼 차별의 시초로 언급된 내용이다. 당시 명나라와 일본에서는 서얼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았는데, 유독 조선에서는 극심한 차별로 인해 다방면에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였고, 국가적으로도 유능한 서얼 출신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임금이 능력이 출중한 서얼을 발탁하려 해도 대신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형국이 지속되었다. 지평 정효항 등은 1467년(세조 13) 9월 22일에 서얼인 유자광의 낭관 임명의 불가함을 아뢰었다. “유자광은 바로 유규의 서자인데, 특별히 종군하는 데 작은 공로가 있다고 하여 갑자기 병조 정랑에 임명하였습니다. 지금 유자광의 가문 출신은 첩의 아들로서 재행才行이 경박하고 용렬한데, 비록 허통을 받았을지라도 또한 과목(문무과) 출신도 아닙니다. 지금 귀천을 논하지 아니하고 어질고 부정한 일을 살피지 아니하며, 구례를 돌아보지 아니한 채 어제에 허통하였다고 정랑(정오품)으로 삼는다면 신은 마땅치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세조는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자광을 병조 정랑에 임명한 것을 철회하지 않았다.

대명률 (大明律)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아쉽게도 서얼에 대한 차별은 15세기부터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본래 고려 말기와 조선 건국 초기에는 한 남성이 2명이 처를 맞이하더라도 두 처의 가문이 비슷하면 모두 처라고 인정했지만, 신분이 낮은 여성의 경우에는 첩이 되었다. 그러나 1413년(태종 13년)에 처가 있는 사람이 또 처를 들이는 것을 금지시켰고, 두 번째 결혼한 처는 이혼시키도록 하는 <대명률>을 중시했다. 이후로는 후처가 명문가의 여성이라 하더라도 그 자녀들의 관직 진출과 과거시험에 있어서 첩 자녀로 대우함으로써 양반가의 일부일처제가 확립되었다.

자녀 교육의 관점에서도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심신의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성격이 애민하고 상처가 많았던 조선의 서얼 중에서는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들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자들이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적자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서당에서나 동네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 당했던 서얼들은 조선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당시 서얼들은 영민한 실력으로 관직에 진출하더라도 능력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차별을 감내해야만 했다.

조선의 고위관료들은 서얼로 인해 사족이 피해 받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한품제와 한직제를 도입하였다. 서얼이 받을 수 있는 품계를 3품으로 제한한 한품제와 서얼이 맡게 되는 관직을 잡직으로 제한한 한직제는 정조대에 이르러 해소되었다. 아울러 서얼 차별의 강도는 조선 건국 초기부터 후기까지 일정하지 않았고, 임금의 통치스타일과 정치적인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었다.

또한 서얼에 대한 극심한 차별이 발생한 근원적인 이유는 자식의 신분이 아버지의 신분에 따르는 종부법 대신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는 종모법에 기초하면서 발생하였다. 명문가의 남성이 여러 명의 첩을 두더라도 종부법에 따라 자식의 신분이 정해졌다면 서얼 차대의 갈등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도 서얼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조선의 지배층 인사들은 자신들도 서얼 자식들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와 서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았다. 우수인재를 발탁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당위성보다는 재능이 출중한 서얼들이 관직에 진출하여 자신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금지시키는 데 혈안이 되었다. 결국 사대부의 나라였던 조선의 임금들은 서얼 차별의 부당성을 개선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한국 사회는 갑질문화를 온전히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데, 500년이 넘도록 신분차별 속에서 아랫사람들을 희생시켜 기득권을 지켜왔던 권력자들의 잘못된 관행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 아랫사람들을 착취하여 손쉽게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회나 국가는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류국가로 도약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