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얼 허통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거셌다. 정조는 서얼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사안별로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1791년(정조 15) 4월 16일에는 성균관에서 서얼이 양반가의 자제들과 같은 자리에 않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나이에 따라 차례를 정하는 일은 전대의 왕조에서 타일러서 경계하신 것이 과연 어떠했던가. 그런데 근래 들으니 서얼을 남쪽 줄에 따로 앉게 했다고 한다. 일반 백성 가운데서도 준수한 자가 모두 태학에 들어가면 왕공귀인王公貴人도 그들과 더불어 나이에 따라 차례로 앉게 하는 것이니, 서얼들의 지체는 비록 낮으나 똑같은 반족(양반 핏줄)이다. 또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단지 그 사람의 어진가 어질지 않은가 하는 것만 볼 뿐 그 문벌의 귀천은 따지지 않았는데, 당당한 성균관으로서 어찌 유독 서얼만 따로 남쪽 줄에 앉게 하고 같은 줄에 있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차별이란 공동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사는 공동체가 완벽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사를 빛낸 로마제국, 몽골제국, 대영제국 등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실력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였으며,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함으로써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과 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 한국전쟁 등으로 폐허가 되어버렸던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70여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여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다양한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만연으로 인한 부작용과 관련 범죄가 대두되었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켰으며,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불공정한 관행들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경제구조는 국가 차원에서 그들의 탐욕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업자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여주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화의 심화, 임금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그리고 교육기회의 불균형 등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산적한 난제들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사회적인 불평등이란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면 삶의 질과 행복한 인생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금수저와 흙수저’ 논쟁은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경제성장 속에서도 국가 차원의 분배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적절한 복지정책으로 소외계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중시하며,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통해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류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응집력과 대외적인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국가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들은 개선함으로써 시민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로 진화하고 있는데, 다문화교육의 관점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학에서의 유학생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겨울에 불어닥친 코로나 19로 인해 한시적으로 국제교류가 감소하였지만,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 국제적인 문화교류는 확대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불평등한 교육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이들은 교육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독창적인 문화적 소양 위에 체계적인 다문화교육이 더해지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지닌 우수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21세기는 정형화된 지식이나 교육만으로 세계인들을 선도할 수 없다. 직장 내에서도 특정 학연이나 지연이나 혈연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주류를 형성한 소수 파벌로 인해 조직 경쟁력이 와해될 수도 있고, 특정 이해집단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 조직 내의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함으로써 조직 경쟁력과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