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의사결정과 한계의 원리

지난 겨울방학 때 한국은행 청소년 경제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경제를 어렵다고 생각하였는데 특히 어려운 부분으로 한계효용의 개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계효용, 한계비용 등 한계의 개념은 중요한 경제원리일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과 함께 생활 속의 예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례 1>
영효는 오늘 기말고사가 끝난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였습니다. 시합이 끝난 후 목이 매우 말라 콜라 한 병을 샀습니다. 한 잔, 두 잔, 시원한 그 맛에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세 번째 잔을 마시자 갈증이 가셨습니다. 그러나 네 번째 잔부터는 너무 배가 불러 좋았던 기분이 오히려 불쾌감으로 변했습니다.

<사례 2>
동재는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그동안 모아 둔 용돈중 4만원을 가지고 주말을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동재는 영화광이기 때문에 우선 영화 두 편을 2만원을 주고 보았습니다. 남은 돈으로 영화를 한 편 더 볼까 PC방에 가서 오락을 할까 음악회를 갈까 망설이다가 PC방과 음악회(각각 1만원)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사례 3>
지영이와 은영이는 같은 반 친구입니다. 두 사람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서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지영이는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하고 어렵거나 싫어하는 과목은 나중에 한다고 합니다. 반면, 은영이는 과목별로 1시간 더 공부를 할 때마다 몇 점을 더 올릴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부터 한다고 하였습니다.

<사례 4>
서울에서 제주까지 운항하는 비행기의 요금이 10만원이라 가정합시다. 좌석의 여유분이 있는데 승객 한 명이 5만원에 태워 달라고 한다면 항공사는 이 사람을 태워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한계효용 및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우리가 돈이나 시간을 사용하거나 또는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행복감을 ‘효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소비를 조금씩 늘릴 때마다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하죠. 여기서 한계라는 말은 추가적인(additional) 또는 끝 부분에서의 조그마한 변동(marginal)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는 ‘지금보다 조금 더’ 변화할 때의 결과(한계효용 또는 한계수입, 한계비용)를 고려하여야만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사례 1>에서와 같이 사람들은 보통 첫 번째 소비에서 가장 큰 만족(한계효용)을 누립니다. 그러나 소비가 한 단위씩 늘어날 때마다 만족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콜라 세 잔까지는 한계효용이 감소하다 네 번째 잔부터는 음(-)의 값을 갖게 됨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한계효용이 체감하더라도 영(0)보다 크다면 효용은 여전히 증가합니다. 그러나 한계효용이 음(-)이 되는 순간부터는 효용이 오히려 감소하여 합리적인 소비라 할 수 없겠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은 소비에도 적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의 효용 극대화를 위한 선택)

우리가 시간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부자라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죠.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위의 <사례 2>에서 동재는 매우 현명하게 소비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재가 영화를 한 편 볼 때의 한계효용(만족감)을 100이라 하고 두 번째 영화는 80, 세 번째 영화는 70 정도로 줄어든다고 가정합시다. 한편 PC방과 음악회에 갈 때의 한계효용은 처음에는 80, 두 번째는 70이라고 합시다. 동재는 4만원을 소비하면서 총 340(영화 2편 180, PC방 80, 음악회 80)의 효용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3가지 선택의 대안 중 마지막 소비가 가져다 주는 효용은 80으로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례 3>은 돈이 아닌 시간을 쓸 때의 효용 극대화란 점 외에는 <사례 2>와 사실상 동일한 예입니다.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지영이보다는 과목별로 1시간(한계비용) 공부할 때마다 몇 점씩을 더 받을 수 있는지(한계효용)를 생각하며 공부하는 은영이가 더욱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셈이죠. 위의 예에서와 같이 여러가지 재화(시간, 또는 서비스)의 마지막 상품을 소비할 때 얻을 수 있는 효용, 즉 한계효용이 같아지도록 할 때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이를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

< 사례 4>의 경우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관한 예입니다. 여러분이 항공사 사장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승객 한 명을 더 태우면 추가적인 수입(한계수입)은 5만원이지만 추가적인 비용(한계비용)은 음료수 제공 등의 기내 서비스 비용 정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태우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계의 원리와 생활의 지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적이든 또는 무의식적이든 많은 경우에 한계의 원리를 적용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뷔페식당에 갔을 때 자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한두가지 음식만 계속 먹지는 않겠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을 몰랐지만 여러분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계의 원리는 우리의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어나 수학 한두 과목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돈 외에도 건강, 보람된 직장(직업), 명예, 친구, 화목한 가정 등 여러 가지가 적절히 갖추어져야만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한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을 따져가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 :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안형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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