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와 쿼크의 모식도

 그 많던 반물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국내 연구진이 충돌실험을 통해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가 그 반입자와 섞이는 현상을 규명해냈다. 우주 생성초기에 기본입자와 짝을 이루며 존재했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반물질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물질(anti-matter) :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에는 전하만 반대이고 나머지 성질은 같은 반입자가 있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반입자로 이뤄진 반물질이 물질과 같은 양으로 존재했으나 현재는 물질만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물질의 행방에 대한 질문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이다.
o 고려대 물리학과 고병록 박사가 주도하고, 원은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지(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3월 17일)에 게재되었다.
(논문제목 : Observation of mixing in collisions)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의 하나인 매혹쿼크 중간자*는 반입자와의 뒤섞임** 가능성 때문에 각국 연구진이 그 증거를 찾으려고 애쓰지만 전자-양전자 충돌데이터로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 매혹쿼크 중간자(charm quark meson) :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인 6개의 쿼크 중 하나인 매혹쿼크와 다른 쿼크 2개가 뭉쳐진 계로 약 10-13 초 정도만 존재하다가 붕괴하는 양자상태
** 양자상태의 뒤섞임(mixing of quantum state) : 두 개의 양자상태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이하는 현상 
 연구팀은 매혹쿼크 중간자와 그 반입자와의 섞임 현상이 99.9999% 이상의 신뢰성을 가지고 반드시 일어남을 전자-양전자 충돌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기존 실험에서 섞임 현상에 대한 힌트는 있었지만 단일 전자-양전자 충돌실험만으로 명확하게 규명된 적은 없었다.
 전자-양전자 충돌실험 : 전자와 양전자를 빛의 속도와 매우 가깝게 충돌시켜 나오는 파편입자들의 운동량이나 에너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실험 
 

반입자와의 섞임현상에 대한 실험적 증거를 얻게 됨에 따라 향후 사라진 반물질의 근원에 대한 후속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와 양전자를 빛의 속도에 매우 가깝게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킨 후 발생하는 파편 가운데 매혹쿼크의 붕괴시간을 측정했다. 
매혹쿼크 중간자는 자연스럽게 붕괴하는 반면 반입자는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붕괴되는 점에 착안하여 이 두 붕괴방식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입자와 반입자의 섞임이 없을 가능성은 0.00005%로 나타난 것이다. 
 고 박사는 “기존 연구를 뛰어넘어 단일 전자-양전자 가속기 기반 실험으로 매혹 중간자 섞임 현상을 발견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최근 발견된 힉스입자의 특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차세대선형가속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전자-양전자가속기를 활용한 것으로 관련 분야 국내 연구진 주도의 후속연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붙임] 연구결과 개요, 연구결과 문답, 용어설명, 그림설명

연 구 결 과 개 요

1. 연구배경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인 소립자들은 크게 쿼크(quarks)와 경입자(leptons) 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쿼크와 경입자들에 대한 연구는 우리 우주의 기원과 특성을 파악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연구로서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힉스(Higgs)입자의 발견과 더불어 쿼크계의 섞임, 또는 진동 현상과 경입자 일부의 진동 현상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소립자들에 대한 상호작용은 지난 60여 년간의 노력으로 대부분 이해되고 있고 이를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이 표준모형은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이끌어 낸 힉스입자를 포함하고 있는 이론이지만 많은 문제점 또한 포함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이 가지는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 표준모형을 뛰어넘는 물리현상이 있는지, 만일 있다면 어떤 식으로 그 이론이 전개될 것인가 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하여 관련 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 및 실험적 노력을 해 왔다.
쿼크들 중 매혹쿼크와 다른 쿼크는 매혹중간자라는 일종의 양자상태를 형성하게 되고 짧지만 유한한 수명을 갖고 시공간에 존재한다. 이 매혹중간자는 유한한 수명을 갖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그 양자상태가 진동을 하여 반양자상태로 전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양전자 충돌 환경에서는 아직 발견된 바 없고 정황적인 힌트는 있지만 그 실험적 명확도가 충분하지 않아 전자-양전자 단일 실험에 의한 발견은 아직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2. 연구내용
전기적으로 중성인 매혹중간자는 두 개의 다른 양자상태들이 섞여 있는 상태이며 이로 인해 시간에 따라 자발적으로 한 양자상태에서 다른 양자상태로의 변이가 일어나는 현상을 매혹중간자 섞임이라 하며 이러한 자연현상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연구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현존하는 유일한 전자-양전자 가속기인 KEKB* 시설에 있는 검출기 Belle**을 이용하여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 양은 약 10여 년간 축적된 데이터에 해당되어 ~300만 개의 올바른 부호 붕괴와 ~1만 개의 틀린 부호 붕괴를 하는 매혹 중간자들을 재구성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부호와 틀린 부호 붕괴의 비율을 시간의 함수로 계산하여 섞임 현상이 존재하는 가설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였다. 가설 검증을 위해 검출기 효과를 고려한 convolution을 수행하였는데 이는 매우 복잡한 과정의 기호연산으로 우선 계산의 틀을 만들어 낸 다음 이차적으로 실험결과를 추출해내기위한 산술적인 계산을 수행하는 과정이며 전자-양전자 충돌실험 환경에서 반드시 필요한, 본 연구에서 개발한 핵심이다. 섞임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 가설 또한 검증되었으며, 두 가설의 실험결과와의 일관성 조사를 통하여 섞임 현상에 대한 실험적 규명이 이루어졌다.
* KEKB: 일본 쯔쿠바 시에 소재한 국립가속기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양전자 충돌가속기로서 세계 최대의 휘도로 작동함.
* Belle: KEKB 가속기를 활용한 전자-양전자 충돌 신호를 검출하기 위한 입자검출장치 및 국제공동 실험 그룹으로 약 300명의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음.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뛰어넘어 단일 전자-양전자 가속기 기반 실험에서 세계 최초로 매혹 중간자 섞임 현상을 발견한 연구로서 국내 연구진이 매혹쿼크 중간자 분야 선도연구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이끌어 낸 힉스입자의 특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차세대선형가속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전자-양전자가속기 활용 국내 연구진의 눈부신 활약으로서 국내 연구진 주도의 차세대 미래 연구가 기대된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 전자-양전자 충돌환경에서 발견된 최초의 결과임

어디에 쓸 수 있나?   = 힉스입자 특성 정밀 연구에 필요한 전자-양전자 충돌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 연구능력 습득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전자-양전자 충돌에서 매혹 중간자 양자상태 섞임현상 규명에 대한 호기심에서 본 연구를 시작하였음

 에피소드가 있다면? = 설 연휴 중 시급한 논문 제출을 위하여 가족과 함께 학교에 나와 일처리를 하는 도중 아이들은 칠판에 그림 그리거나 팽이를 돌리면서 시간을 보냈고 셋째를 임신한 아내는 뜨개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 본 연구를 통하여 매혹 중간자 물리학에 대한 선도연구 수행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 =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끈기로 연구하면 꼭 성공할 것이다.

용 어 설 명

 1. Physical Review Letters 誌
○ American Physical Society에서 발간하는 물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 있는 저널이다. (2012년 JCR impact factor: 7.943)

2. 쿼크(quark)
○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입자 중 하나로 양성자 및 중성자 내부에 존재하고 전하는 전자 전하의 1/3 또는 2/3을 가짐

3. 차세대 선형 가속기
○ 현재 학계에서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는 미래 전자-양전자 충돌 가속기
○ 힉스입자의 특성을 정밀 측정하고 새로운 물리현상 탐색을 그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

그 림 설 명

 그림 1. 원자와 쿼크의 모식도
원자(Atom, 노란색 큰 구) 내부에는 원자핵(Nucleus, 밝은 하늘색 구)이 있고 원자핵은 또 다시 양성자(Proton, 어두운 하늘색 구)나 중성자들(Neutron, 어두운 하늘색 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양성자 또는 중성자 내부에는 기본 입자들이 있고 이들을 쿼크(Quark, 붉은색 작은 구)라고 부른다. 결국 원자핵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를 쿼크라고 한다.

 

▲ 원자와 쿼크의 모식도

그림 2.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여 매혹 중간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
(1,2) 왼쪽부터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여 (3) 가상의 빛알 또는 Z 입자를 만들어 낸다. (4,5,6) 그 후 매혹 쿼크와 반매혹 쿼크 쌍이 만들어지고 (7,8,9) 시간이 지나면서 강 상호작용에 의해 두 개의 다른 쿼크 쌍이 생성되어 (10) 최종적으로 매혹 중간자 쌍이 형성된다.

▲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여 매혹 중간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

그림 3. 매혹 중간자 붕괴
매혹 중간자 붕괴과정에서 올바른 부호와 틀린 부호 붕괴에 대한 비율을 전자-양전자 충돌 후 시간의 함수로 나타낸 그림. 불확정 직선이 있는 동그라미 점들은 데이터이고 점선은 양자상태 섞임이 없다는 가정을 나타냄. 실선은 양자상태 섞임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매혹 중간자 붕괴